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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Bandi    | 2016·07·03 14:49 | HIT : 731 | VOTE : 99 |



제  목 :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지은이 :  아녜스 르디그
옮긴이 :  장소미
펴낸곳 :  푸른숲


우연히,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 온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이 저며 오고 눈시울마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인간의 따뜻함이 바탕에 깔려있고 나누며 함께하는 삶이 결코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나 가족들간에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시선을 돌리어 반짝이는 눈물의 슬픔을 감지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 극히 사소할지라도 서로를 향한 관심이 행복을 가져오고, 서로간의 융합을 통해 우리는 삶에 닥친 불행을 극복해나간다. 길을 가다 맞는 물벼락처럼 별안간 들이치는 삶의 불행을 우리는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고 버텨내야 한다. 살아내기 위해서는 버티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르디그는 바로 이 버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버텨야만 하는 고통을 머뭇머뭇, 그러나 명랑하고 따뜻하게 어루만진다.>(옮긴이의 말에서)  



340쪽
줄리는 미소 지었다. 로맹은 마사지하고 나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살 토닥거렸다. 이 또한 우리가 유년의 나라에서 완전히 떠나보내지 않는 것이다. 토닥임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잊는다.
로맹도 잊었었다. 어린애의 감정, 즉 동심을 다들 그러하듯 잃어버렸다. 그가 동심을 되찾은 이유는 아내가 떠나버렸을 때 딸과의 관계를 잇기 위해서였다. 딸과 단절되지 않기 위해서, 아니, 딸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냥 단절되자 않기 위해서. 왜냐하면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 놀듯이 인생을 살아간다면, 단순한 위안으로 만족하다면, 살아가기도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344쪽
질문이 이어졌다. 여성으로 살아가기, 생활습관, 요실금 등등. 그리고 출산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경막 외 마취, 태아의 체중, 출산 시 문제가 없었는지, 모유 수유를 했는지.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줄리는 아침에 겨우 말렸던 눈물을 다시 쏟았다. 그녀는 한참 만에,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한 달 전에 죽었다고 대답했다. 알려야 할 사안이었다. 줄리 맞은편이 여자가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몇문장으로 축약된 사연을 들은 뒤, 잠자코 줄리의 손을 꼭 쥐었다. 눈물의 시간.
마침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흐르네요, 그렇죠? 아래로, 위로. 우리 같이 누수를 봉합해보자고요.”

350쪽
“...한쪽 다리를 잃었을 경우 눈에 보이니까 사람들이 도와주죠. 하지만 심장 한 귀퉁이가 찢겨나가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못지않게 고통스럽죠. 다리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한 다리로 걷는 법을 배우면서 그럭저럭 익숙해지고 타협을 해요. 하지만 자식을 잃으면, 제 생각엔 타협을 하고 말고 할 여지가 전혀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엄청난 타격을 온몸으로 견딜 수밖에요.”
361쪽
“삶은 바다와 같아요. 파도가 해안에 밀려오면 물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했다가 파도가 물러가면 다시 고요해지죠. 이 두 움직임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반복해요. 하나는 빠르고 거칠며, 다른 하나는 느리고 부드럽죠. 물살이 조용한 곳으로 몰래 떠나버리고 싶다고요? 그래서 완전히 잊히고 싶다고요? 하지만 거기도 머잖아 다른 파도가 밀려올 거예요. 이후엔 또 다른 파도가 밀려올 거고요. 계속해서, 영원히. 삶이란 그런 거니까요.......두 가지 움직임이 교차하고 규칙적ㅇ로 변화해요. 때론 폭풍우가 몰아치면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가 어느새 잦아들고 잔잔하게 찰랑거리죠. 잔잔해도 어쨌든 찰랑거리긴 해요. 바닷가는 절대 고요할 수가 없어요. 절대. 삶도 마찬가지죠. 당신이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의 삶이. 이 모든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모래알들이 있고 좀 더 위쪽에 있어서 젖지 않고 멀쩡한 모래알들도 있지요. 무얼 부러워해야 할까요? 생각해봐요. 뽀송뽀송하고 반짝이는 위쪽 모래알로는 모래성을 지을 수 없어요. 파도에 시달린 모래로 지어야죠. 이 모래가 점성이 좋으니까요. 당신은 인생의 모래성을 다시 지을 수 있을 거예요. 폭풍우에 단련됐으니까요. 그 모래성은 당신을 닮은 모래, 인생의 풍랑을 겪은 모래로 지어야겠죠. 그래야 단단할 테니까.”

391쪽
융합
흐르는 시간이 상처를 처맨다.
얽히고설킨 삶이 다시 풀린다.
활활 타오르던 불씨가 차가운 잿빛더미 아래서 천천히 수그러들다가, 어느 날 잔가지 몇 개와 입김 한 번에 다시 타오른다.

398쪽
......우리는 헤쳐나간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삶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고 우리는 강물의 흐름을 따라 떠다니는 작은 나뭇조각들이다. 우리 모두는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려 뒤집히고 충돌하고 순간순간 가라앉기도 하지만 여전히 강물에 떠 있다. 그러다가 더러 잔가지들이 강물 구석으로 회오리를 그리며 모여들어 함께 숨을 돌린다. 룰루의 죽음은 댐이 무너진 것과 같았다. 물이 넘쳐흘러 죄다 휩쓸어버렸지만 우리는 익사하지 않았다. 서로서로 손을 붙잡아주었기에,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붙들어주었기에.
  이런 풍랑을 극복하고 났을 때 더욱 강해진 기분을 느낀다.
  또한 더욱 여려진 기분도 든다.
  역설적으로 말이다.
  아프지만, 견딘다.
  견뎌낸다.
  또 다른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전까지.
  그것이 바로 인생이니까.
  진짜 삶이니까.


  
  환상의 빛 [幻の光]  Bandi 16·07·24 747
  발언Ⅰ. Ⅱ  Bandi 16·06·04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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